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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셜 게임 개발 회사를 다닌다.

비교적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이 시장에 들어온 축에 속한다.

플래시가 HTML5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지기 전에 이쪽으로 넘어왔다.

사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와 그 전의 취업사기로 인해서

내 자신감은 끝도 없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은 사장님이지만 당시엔 친구였던 정웅이에게 소셜 게임에 대해서 많은 지론을 듣게 되고

그 친구의 사업 방식이 건전하다고 생각됐고

그 친구의 생각을 내가 대신 이뤄줄 수 있을것 같다고 생각하고 함께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 이 회사를 들어온 계기가 바로 이 친구의 의사 결정 방식이었다.

어쩌면 독단적일수도 과시적일수도 있는 그 자리에서 그 친구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내리는 법이 없었다.

같이 창업했던 두 친구의 의견은 물론이거니와 주위에 물어보고 자문을 구하고

그 많은 의견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데 그 매력을 느꼈다.

쉽게 얘기하자면 저 친구는 내 아이디어나 내 의견도 잘 들어주고 합의점을 잘 찾아줄거라 믿었다.

아마 내가 이 회사를 떠나는 날이 온다면

이런 의사 결정 과정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날이 왔을 때일 것이다.



얼마전 페이스북에 있는 개발자들의 작업 환경이 회자된적이 있다.

아이디어를 낸 개발자는 개발부터 릴리즈까지 모두 도맡아해야되며 (심지어 디자인까지도)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일을 벌린 개발자가 책임지는 그런 프로세스였다고 한다.

우리회사도 겉으로 보기엔 아직 엉망이지만

페이스북의 프로젝트 진행방식을 읽으면서 우리도 꽤나 비슷하다고 느꼈었다.

일례로 들자면 알리미 서비스 같은 경우

게임을 하고 있지 않는 유저들에게도 밥줄 시간을 알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다들 기능에 대해서 동의해서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개발해서 내가 릴리즈했다.

그리고 지금은 더 발전해서 모바일 버전까지 개발중이다.

경문이도 마찬가지로 도감 시스템을 아이디어로 냈고

다들 동의해서 자기가 직접 개발해서 릴리즈해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어진이도 동물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스스로 개발해서 곧 적용될 예정이기도 하다.



다른 회사에서는 의견이 수직구조에 막혀서 실체화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겪어보았다.

우리회사는 (좀 심하게) 격이 없고 눈높이를 하나로 맞추다보니

작은 아이디어하나도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고

누가 하라고 하는게 아니라 내가 그걸 구현하고 싶다면 구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있다.



기계화, 정보화를 거쳐 네트워크화로 대변되는 소셜 시장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형태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로 누구 하나 우위적인 직위없이

내가 개발하고 싶은게 있으면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내가 끝까지 맡아서 개발해서 릴리즈할 수만 있다면

그냥 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가 벌린 일 때문에 지금까지 야근하다 이제 퇴근하는 길이다....

그래도 좋다

하고 싶은거 하니까^^



 - 오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고 싶은건 누구나 많다.

근데 그걸 막상 실제로 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환경, 시기와 기술이 모두 맞아떨이지기란 쉽지 않다.

그 조건이 자연히 만들어져서 그걸 해냈다면

그건 "해낸"게 아니라 그냥 "된"거다.

그걸 해내려면 안되는 조건에서도 "해내야" 된다는거다.

나도 말로만 떠벌리는게 아닌 실제로 세상에 선보이면서 내 스스로를 입증하고 싶어서

몇달째 블로그도 강의도 안하고

내가 벌린 일을 "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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